본 글은 본인이 2019년 Politics and Policy에 발표한 논문을 ChatGPT 5.2를 활용해 요약한 것입니다. 원문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장. 서론 및 연구 문제
이 연구는 중국과 북한이라는 두 사회주의 국가가 유사한 출발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서로 다른 경제 개혁 경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국가는 모두 소련의 정치·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일당체제와 계획경제를 구축하였고,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 구조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제도는 양국에서 체제 안정과 권력 집중을 가능하게 했지만, 이후 시장화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중국은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며 체제 내에서 경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반면, 북한의 시장화는 국가 주도의 계획이 아니라 배급 체계의 붕괴와 생존 위기 속에서 비공식적으로 형성되었고, 이후에도 통제와 완화가 반복되는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다.
이 논문은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도 변화가 단순히 내부 정책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와 역사적 경로의 영향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소련 원조 중단, 냉전 구조 변화, 소련 붕괴와 같은 외생적 충격이 제도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동시에 공식 제도뿐 아니라 비공식 시장, 관행, 네트워크 등 비공식 제도가 제도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했음을 분석한다. 연구의 핵심 질문은 동일한 사회주의 제도적 출발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은 국가 주도의 안정적 시장화 경로를, 북한은 비공식 시장 중심의 불안정한 경로를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있다.
제2장 이론적 배경
이 장은 중국과 북한의 제도 변화 경로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으로 새로운 제도주의와 역사적 제도주의의 주요 개념을 설명한다. 전통적 제도주의가 주로 공식 조직과 법적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새로운 제도주의는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규범, 아이디어, 네트워크와 같은 비공식적 요소까지 분석 대상으로 포함한다. 또한 새로운 제도주의는 제도가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구조적 조건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행위자의 선택과 전략이 제도의 변화와 지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새로운 제도주의 내부에서는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다양한 접근이 존재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개인을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적 행위자로 가정하며, 규칙 준수를 합리적 계산의 결과로 본다. 반면 사회학적 제도주의는 개인이 사회적 규범과 관습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며, 제도의 문화적·인지적 측면을 강조한다. 역사적 제도주의는 이 두 접근과 달리, 제도의 형성과 변화가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며, 과거의 선택이 이후의 제도 발전 경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역사적 제도주의의 핵심 전제는 “역사는 중요하다(history matters)”는 것이다. 정치적 사건은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행위자들은 과거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기대와 경험은 정책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특정 방향을 선호하게 만든다. 따라서 제도 변화는 단순한 기능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과거 경험과 축적된 제도적 구조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장은 이러한 역사적 제도주의의 핵심 개념으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제시한다. 경로의존성은 특정 시점에서의 우연적 사건이나 선택이 이후의 제도 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중요한 전환점은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으로 불리며, 이 시점에서의 선택은 이후 제도의 장기적 방향을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경로의존성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자기강화 경로(self-reinforcing sequence)로, 초기 선택이 반복되면서 점차 변화 비용이 증가하고 기존 제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과정이다. 이러한 경로에서는 초기 방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되어 제도 변화가 어려워진다. 둘째는 반응적 연쇄 경로(reactive sequence)로,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과적으로 연결되며 이전 사건이 이후 사건을 유발하는 연속적 과정이다. 이 경우 초기 사건의 작은 변화가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역사적 제도주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경로 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기존 연구는 전쟁, 경제 위기, 혁명과 같은 외생적 충격이 결정적 분기점을 형성한다고 보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후 제도 변화의 구체적인 방향과 과정까지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 환경 변화가 행위자의 선택, 정치적 이해관계, 아이디어와 결합하여 어떻게 특정한 경로를 형성하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 장은 본 연구가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과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를 분석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소련 원조의 중단과 소련 붕괴를 주요 외생적 요인으로 설정하고, 이러한 충격 이후 각 국가에서 나타난 정치적 대응과 제도 변화 과정을 반응적 연쇄 경로로 이해한다. 중국의 경우 외부 환경 변화가 지도부의 개혁 선택과 결합되어 점진적 개방 경로로 이어졌으며, 북한의 경우 동일한 외생적 충격이 비공식 시장의 확산과 불안정한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이 이후 장에서 분석될 것임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이 장은 제도 변화를 단순한 정책 선택이나 구조적 조건의 결과로 보기보다, 외생적 충격, 역사적 맥락, 정치 행위자의 선택, 그리고 시간 속에서 누적되는 인과적 연쇄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 틀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은 이후 중국과 북한 사례를 비교하여 서로 다른 제도 경로가 형성된 원인을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3장.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3장은 이 논문이 중국과 북한의 제도 변화를 설명할 때 단순히 “전쟁·혁명·경제위기 같은 큰 사건이 제도를 바꾼다”는 도식으로는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소련 원조(특히 중국의 경우 소련 원조 중단)를 외생적 요인으로 설정하지만, 동시에 외생 충격이 없는 “정상 시기(normal periods)”에도 제도 변화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분석 언어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제도 변화의 동학을 이해하기 위해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정치 행위자(agency)와 아이디어(ideas)의 역할을 함께 보겠다는 문제설정을 제시한다.
3장은 제도의 정의를 다시 정교화한다.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제도는 법·규정 같은 ‘공식 절차’만이 아니라, 조직과 정치경제 속에 박혀 있는 비공식 절차·관행·루틴·규범·관습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제도=법과 조직”이 아니라 “제도=공식+비공식의 결합”이며, 실제로 정치·경제가 움직이는 방식은 이 넓은 의미의 제도 위에서 작동한다는 출발점이 세워진다. 이어서 저자는 조직을 ‘공식 시스템’으로만 이해하는 시각이 왜 현실을 놓치는지 설명하기 위해, 고전적 조직이론(셀즈닉)을 끌어온다. 셀즈닉의 핵심 관찰은 대규모 조직에서 공식 규칙(형식적 위임·조정 체계)과 실제 행위 사이에 ‘일탈’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그 일탈이 반복되면 점차 비공식 결사·불문율이 생기고, 이것이 다시 조직의 비교적 안정된 구조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즉 비공식 제도는 “예외적 탈선”이 아니라, 공식 제도가 현실을 완전히 포섭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구조적 산물로 이해된다. 이 장의 중요한 포인트는 “비공식은 단순히 공식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의 기능을 바꾸고(수정하고) 때로는 공식으로 흡수되기도 한다”는 메커니즘이다. 셀즈닉 논리를 따라가면, 공식 시스템이 더 이상 행동을 실질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두 가지가 나타난다. (1) 비공식 패턴이 공식 목표 달성을 보조하는 방식(공식을 ‘지지’)이거나, (2) 비공식 통제가 공식 목표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방식(공식 목표 자체를 ‘변형’)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처음엔 비공식이었던 활동이 공식화(formalization)되는 경향이 생긴다. 즉 “현실에서 먼저 굴러간 비공식”이 “나중에 제도 속으로 들어오는” 경로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비공식의 공식화”가 단순한 행정적 승인 문제가 아니라, 조직 권력구조의 조정 과정임을 강조한다. 셀즈닉이 말한 비공식적 포섭(informal cooptation)은, 지도부(정책결정 구조)가 조직의 안정·생존을 위해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을 내부로 받아들이고, 권력을 일부 공유하면서 저항을 무력화하는 과정이다. 즉 비공식 제도는 어떤 경우엔 ‘통제 실패의 부산물’이 아니라, 통치를 지속하기 위한 권력 기술로서 조직 내부에 흡수될 수 있다. 이 장은 이런 관점을 통해 “비공식→공식”의 전환을 ‘질서 붕괴’가 아니라 ‘질서 재구성’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든다.
3장은 제도 연구의 이론적 흐름이 “구조결정론(제도가 행위를 결정)”에서 “행위자와 실천(agency, relational practices)”을 더 많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짚는다. 과거에는 규칙·조직 같은 공식 요소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관계적 실천, 규범, 담론 같은 비공식 요소로 관심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곧, 중국·북한 비교에서도 단지 ‘법과 정책이 무엇이었나’가 아니라, 그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우회되고 적응되었나를 봐야 함을 의미한다.
이어서 저자는 “아이디어(ideas)”가 제도 변화에서 왜 핵심 변수인지 논증한다. 역사적 제도주의자들(특히 Blyth)을 인용하며, 제도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행위자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정당화하는 틀(아이디어)을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가 사회적 합의로 자리잡기 위해 지속적 투입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대체로 공식 제도보다 변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 권력이 단기간에 공식 제도를 바꾸면(위로부터 개혁), 현장 조직과 사회에서는 그 ‘속도 차이’ 때문에 비공식 제도가 자라나기 쉽다. 즉 “아이디어는 느리게 움직이고, 공식 제도는 빨리 움직일 때가 있으며, 그 틈이 비공식을 만든다”는 설명이 제시된다.
이 장의 하이라이트는 Kellee Tsai의 ‘적응적 비공식 제도(adaptive informal institutions)’ 개념을 통해 “비공식이 어떻게 공식 변화를 매개하는가”를 구체화하는 대목이다. Tsai가 제시한 사례가 ‘다이 훙마오즈(戴红帽子, red hat을 쓴다)’인데, 이는 민간이 사실상 소유·운영하는 기업이 정치·법적 제약을 피하기 위해 집체기업(collective)으로 등록하는 관행을 말한다. 겉으로는 공적 소유(사회주의 규범)에 맞추지만, 실제로는 민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였고, 이런 현장 관행이 누적되면서 결과적으로 민간 부문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비공식은 “불법/탈법”이 아니라, 제도적 제약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Tsai의 논지는 두 가지로 정리되며, 저자는 이것을 자신의 비교분석에 연결할 이론적 다리로 삼는다. (1) 적응적 비공식 제도는 내생적 제도 변화(endogenous institutional change)를 설명하는 데 분석적으로 중요하며, (2) 내생적 변화의 인과 과정은 ‘개별 행위자 하나의 결단’이 아니라 여러 현장 행위자들의 상호작용(관계적 과정, relational process)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이후 중국·북한 사례에서 “아이디어(지도부의 이념·정당화)”와 “비공식 제도(현장의 적응·우회)”가 어떻게 결합해 공식 제도 변화의 경로를 만들었는지 보여주겠다고 예고한다. 결국 3장은 이 논문의 방법론적 핵심을 세팅하는 장이다. 외생 충격(소련 원조 변화 등)이 분기점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충격이 어떤 정책 선택으로 번역되고, 그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우회·적응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다시 공식 제도의 수정·공식화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려면 “공식/비공식 제도 + 행위자 + 아이디어”가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즉 3장은 이후 장들의 중국(위로부터 점진 개혁)·북한(아래로부터 시장 확산) 비교가 단순 사건 나열이 아니라, 비공식 제도의 매개와 아이디어의 정당화라는 공통 프레임으로 읽히도록 만드는 이론적 엔진 역할을 한다.
제4장 중국의 경제 제도 변화
이 장은 중국의 경제 제도 변화가 단순한 정책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권력 구조 변화와 외부 환경 변화가 결합된 역사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설명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건국 이후 단기간 내에 국가 전반의 정치·사회 조직을 장악하고, 소련 모델을 기반으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와 국유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하였다. 초기 산업화는 소련의 자본과 기술 지원에 크게 의존하였으며, 국가가 생산·분배·가격을 통제하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확립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경로는 외생적 환경 변화에 의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스탈린 사망 이후 흐루쇼프의 탈스탈린화 정책은 중소 관계의 갈등을 심화시켰고, 결국 소련의 경제 원조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이 기존의 발전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자력갱생을 강조한 대약진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 정책은 농업 생산 붕괴와 심각한 식량 부족을 초래하며 경제 위기를 낳았고, 이는 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대약진운동 실패 이후 중국 정치 내부에서는 이념 중심의 급진적 노선과 실용적 경제 노선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졌으며, 장기간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국가 운영과 경제 관리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과정은 기존의 급진적 이념 노선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키고, 경제 발전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세력이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오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은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중국의 개혁 방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외생 요인은 국제 환경의 변화였다. 1972년 닉슨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은 냉전 구조 속에서 전략적 선택의 여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중소 갈등, 소련 원조 중단,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일련의 외부 환경 변화는 중국 지도부가 개방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외생 요인은 개혁개방이 단순한 내부 정책 전환이 아니라 국제 환경 변화 속에서 이루어진 전략적 대응이었음을 보여준다.
1978년 덩샤오핑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개혁개방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였다. 개혁은 급진적 체제 전환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국유기업 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부 재정 지원 대신 은행 대출을 활용하도록 하여 경영 책임을 강화하였다. 또한 이윤 상납 제도를 세금 제도로 전환하고, 계약책임제를 도입하여 기업의 성과와 보상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 이후 개혁은 보다 구조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공식 목표로 설정되었으며, 국유기업의 주식제 개혁과 기업 법인화가 추진되었다. “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놓는다”는 정책 아래 전략 산업의 대형 국유기업은 유지하고, 중소 국유기업은 민영화·합병·파산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시장 경쟁 구조를 확대하면서도 국가가 핵심 부문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이중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설립되어 국가 소유와 기업 경영을 분리하는 관리 체계가 구축되었다. 이는 국유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동시에 국가가 주요 기업에 대한 인사와 자산 통제 권한을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통제도 지속할 수 있게 하였다. 최근에는 혼합소유제 도입을 통해 민간 및 외국 자본의 참여를 확대하면서도, 공공재와 국가 안보 관련 산업에서는 국가 지배 지분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장은 또한 중국의 경제 개혁이 특정한 이념적 기반 위에서 추진되었음을 강조한다. 마오 시기의 혁명 이념과 대중 동원이 국가 정당성을 지탱했다면, 덩샤오핑 시기 이후에는 경제 발전과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실용주의적 해석의 마르크스주의가 등장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개혁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체제 안정 요구가 결합되면서 민족주의가 강화되었고, 이는 급진적 민주화 요구를 억제하는 정치적 정당화 논리로 작용하였다. 동시에 경제 개혁을 정치 개혁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신권위주의적 논리가 확산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시장화는 단순한 자유화 과정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고 통제하는 “관리된 시장화”의 경로로 발전하였다. 정치 지도부는 개혁파와 보수파 간의 타협 속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였고,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정책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안정성과 이념적 정당화는 외생적 환경 변화와 결합되어 중국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화 경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였다.
제5장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
이 장은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가 중국과 달리 국가 주도의 전략적 개혁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와 체제 위기 속에서 형성된 비공식 시장의 확산에 의해 촉발되었음을 설명한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권력 구조와 강한 개인숭배 체제를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러한 권력 구조는 정책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노선의 지속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 변화는 지도부의 능동적 개혁 전략이라기보다 체제 생존을 위한 대응 과정 속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강조된다. 북한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 냉전 체제 하에서 북한은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로부터 경제 원조와 우호적 무역 조건을 제공받으며 계획경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권 해체는 이러한 지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붕괴시켰고, 북한 경제는 에너지, 원자재, 식량 부족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러시아의 시장화와 중국의 거래 조건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은 기존의 대외 경제 기반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외부 충격은 내부 경제 시스템의 기능 약화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 자연재해와 함께 식량 생산이 급감하면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가 도래하였고, 국가 배급 체계는 사실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국가 공급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고, 개인 간 거래와 자생적 시장 활동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농민시장은 거래 빈도와 규모가 확대되었으며, 장마당이 전국적으로 일상적인 경제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북한 당국은 초기에는 이러한 시장 활동을 통제하려 했지만, 국가의 공급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장은 주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장치가 되었고, 정부의 태도 역시 점차 완화되었다. 특히 2002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가격을 현실화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기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일부 시장 메커니즘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아니라, 비공식 시장을 국가 통제 범위 내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흡수하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시장화가 확대되면서 개인 간 소득 격차와 상업 활동이 증가하고, 국가 통제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2006년 이후 장마당 운영 시간과 연령 제한, 거래 품목 규제 등 시장 통제 정책을 강화하였다. 특히 2009년 화폐개혁은 시장에서 축적된 사적 자본을 제거하고 국가 경제로 자원을 회수하려는 시도였으나, 물가 급등과 물자 부족을 초래하며 경제 혼란을 심화시켰다. 결국 당국은 일정 기간 이후 시장 통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북한의 경제 정책이 개방과 통제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경로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확산 과정에서 북한 경제는 단순한 민간 시장 체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와 결합된 특수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무역 허가권과 외화 거래 권한을 가진 국가 기관과 간부들은 시장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였으며, 신흥 상인 계층인 돈주와의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중앙 권력, 무역회사, 돈주가 계층적으로 연결된 ‘관료적 시장’이 등장하였고, 실제 거래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수익은 상위 권력 구조로 흡수되는 형태가 나타났다. 또한 시장 통제 정책은 경쟁 제한과 정보 독점을 통해 진입 장벽을 형성하였으며, 이는 오히려 일부 권력 집단과 자본 보유자에게 독점적 이익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군·보안 기관 등 권력 조직은 단속 권한을 이용해 뇌물이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거나, 가족 명의를 통한 직접적인 상업 활동에도 관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시장이 단순한 생존 공간을 넘어 권력과 자본이 결합된 통치 메커니즘의 일부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시장화는 국가가 설계한 개혁 전략이 아니라 외생적 충격과 체제 위기 속에서 형성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변화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정치체제의 폐쇄성과 체제 유지 우선 전략으로 인해 시장은 완전히 제도화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통제와 부분적 인정 사이를 오가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특성은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가 점진적 안정 경로를 형성한 중국과 달리, 불안정하고 단속적인 경로의존성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6장 중국: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이 장은 중국의 경제 개혁 경로가 외생적 환경 변화와 정치적 선택, 그리고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음을 설명한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초기부터 소련의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받아 국가 체제와 사회주의 경제 구조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외부 지원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지만, 이후 국제 환경 변화는 중국의 제도 경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외생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스탈린 사망 이후 중소 관계가 악화되면서 소련의 경제 원조가 중단된 것은 중국 경제 전략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은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초래하였고, 이는 기존 발전 경로의 한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개혁을 요구하는 실용주의 세력의 부상을 촉진하였으며, 이후 미중 관계 개선과 결합되면서 개혁개방 정책으로 이어지는 반응적 연쇄 경로를 형성하였다. 이 장은 이러한 과정을 Goldstone의 반응적 연쇄 모형에 따라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한다. 첫째, 냉전 시기 소련의 지원은 ‘환경적 조건’을 형성하였다. 둘째, 소련 원조 중단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경로 전환을 가능하게 한 외생적 요인이었다. 셋째, 개혁개방 이후 유입된 자유주의적 시장 아이디어는 ‘문화적 요소’로 작용하며 경제 제도의 변화 방향을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산업화와 시장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로가 형성되었다.
개혁 이후 중국에서는 시장화 정책과 함께 다양한 비공식 제도와 관행이 확산되었다. 지방정부와 기업은 중앙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경제 활동을 수행하였으며, 이러한 비공식 실천은 점차 제도화되었다. 즉, 중앙의 공식 개혁 정책이 일방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현장 수준의 적응과 실험을 통해 공식 제도가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과정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중국 개혁의 점진성과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개혁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 역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적 시장 논리가 확산되었지만, 동시에 국가 주권과 체제 안정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가 강화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민족주의와 국가 중심적 발전 논리가 다시 강조되었으며, 이는 시장화가 체제 위협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정치 구조 측면에서도 집단지도체제의 정착은 개혁 경로의 안정성에 기여하였다. 개혁파와 보수파 간의 갈등이 존재했지만, 양측은 경제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타협과 협력을 지속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균형 구조는 급격한 정책 변화나 개혁 중단을 방지하고,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시장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국유기업 개혁 역시 이러한 공식·비공식 상호작용 속에서 진행되었다. 정부는 기업 자율성을 확대하고 시장 경쟁을 도입했지만, 동시에 국가 소유와 통제 권한을 유지하였다. 이는 시장화가 진행되면서도 필요할 경우 국가 권력을 통해 경제 자원을 다시 통제할 수 있는 ‘통제된 시장화’ 구조를 형성하였다. 즉, 공식 제도는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지만, 비공식적 권력 관계와 정치적 통제 메커니즘은 지속적으로 작동하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개혁 경로는 외생적 충격 이후 추가적인 대규모 외부 위기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국제 환경 변화와 내부 정치 조정, 그리고 공식 제도와 비공식 관행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시장화는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경로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중국의 제도 변화가 급격한 체제 전환이 아니라, 타협과 적응을 통해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가 함께 진화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제7장 북한: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이 장은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가 외생적 충격 이후 비공식 시장의 확산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 간의 긴장과 상호작용 속에서 독특한 경로가 형성되었음을 설명한다. 북한은 소련 붕괴 이후 기존의 경제 원조와 무역 체계를 상실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였고,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기능 약화를 초래하였다. 국가 배급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비공식 경제는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비공식 시장의 형성은 국가의 정책적 선택이라기보다 체제 기능 약화에 대한 사회적 적응 과정의 결과였다. 초기에는 농민시장과 같은 제한된 형태의 거래가 존재했지만, 1990년대 이후 장마당이 일상적 경제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공식 경제는 북한 사회의 핵심적인 생존 구조로 발전하였다. 즉, 시장은 국가가 설계한 제도라기보다 공식 제도의 실패를 보완하는 적응적 비공식 제도로 기능하였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전면적인 시장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비공식 경제를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라진·선봉 경제특구와 같은 제한적 개방 정책이 도입되었고, 2002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가격과 임금 현실화, 기업 자율성 확대 등 일부 시장 요소가 공식 제도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이 아니라, 비공식 시장을 국가 통제 범위 내에서 관리하려는 데 있었다.
시장 활동이 확대되면서 사적 자본 축적과 소득 격차가 증가하고, 상업 활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다시 통제 정책을 강화하였다. 장마당 운영 제한, 거래 품목 규제, 연령 제한 등의 조치가 시행되었으며, 특히 2009년 화폐개혁은 시장에서 형성된 사적 부를 제거하고 국가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경제 혼란과 물가 상승을 초래하였고, 결국 일정 기간 이후 통제 완화로 이어졌다. 이 과정은 북한 경제 정책이 개방과 통제 사이를 반복하는 순환적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공식 시장의 확산 과정에서 경제 활동은 단순한 민간 영역으로 발전하지 않고 기존 권력 구조와 긴밀하게 결합되었다. 무역 허가권과 외화 사용 권한을 보유한 국가 기관과 간부들은 이러한 권한을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였고, 신흥 상인 계층인 돈주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 권력–무역회사–돈주로 이어지는 위계적 경제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시장 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익은 정치 권력 구조로 흡수되는 형태가 나타났다. 또한 시장 통제 과정에서 권력 기관은 단속 권한과 정보 독점을 활용하여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였다. 당, 군, 보안 기관 등 권력 조직은 뇌물 수수나 가족 명의를 통한 상업 활동 참여 등을 통해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의 시장이 단순한 자생적 경제 공간을 넘어 권력과 자본이 결합된 통치 구조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는 비공식 제도가 먼저 확산되고 이후 국가가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거나 다시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시장의 완전한 제도화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속적이고 불안정한 변화 경로를 형성하였다. 이는 외생적 충격 이후 추가적인 외부 환경 개선 없이 국제적 고립 상태가 지속된 점과, 체제 유지가 경제 효율성보다 우선되는 정치 구조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 장은 이러한 특징이 중국과의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공식 제도 개혁과 비공식 실험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시장화 경로를 형성한 반면, 북한에서는 공식 제도와 비공식 경제가 지속적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반복적 통제와 부분적 인정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북한의 시장화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경로의존성을 보이게 되었다.
제8장 결론
이 장은 중국과 북한의 경제 제도 변화 경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며, 동일한 사회주의 체제와 유사한 출발 조건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가 서로 다른 제도적 경로를 형성하게 된 원인을 설명한다. 두 국가는 모두 소련식 계획경제를 도입하고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 산업 구조를 구축하였으며, 초기에는 소련의 경제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였다. 그러나 이후 국제 환경 변화와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제도 변화 경로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연구 결과는 외생적 충격이 제도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우 소련 원조 중단과 중소 갈등,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개혁개방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조건을 형성하였다. 반면 북한은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권 해체라는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경제 위기에 직면하였고, 이러한 충격은 계획경제 체계의 기능 약화와 비공식 시장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즉, 두 국가 모두 외부 환경 변화라는 공통된 충격을 경험했지만, 그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 장은 특히 공식 제도와 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이 제도 변화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와 기업의 실험적이고 비공식적인 경제 활동이 중앙 정책과 상호작용하면서 점차 공식 제도로 흡수되었고, 이러한 과정이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시장화로 이어졌다. 반면 북한에서는 비공식 시장이 먼저 확산되었지만, 국가가 이를 일관되게 제도화하기보다는 부분적 인정과 반복적 통제를 병행하면서 공식 제도와 비공식 경제 간의 긴장이 지속되었다. 정치 구조와 이념의 차이 역시 중요한 설명 요인으로 제시된다. 중국의 경우 집단지도체제와 정책 타협 구조가 형성되어 개혁파와 보수파 간의 균형 속에서 점진적 정책 조정이 가능하였다. 또한 경제 발전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적 이념과 민족주의가 결합되어 시장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하였다. 반면 북한은 개인 권력 중심의 정치 구조와 체제 유지 우선 전략으로 인해 급격한 정책 변화나 제도 개혁이 제한되었으며, 시장 확대가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될 경우 강한 통제 정책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제도 변화의 방향뿐 아니라 안정성에서도 차이를 가져왔다. 중국에서는 공식 개혁과 비공식 실험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외생적 충격 이후 추가적인 위기 없이 지속적인 시장화 경로가 유지되었다. 반면 북한에서는 비공식 시장이 경제 생존을 위해 확대되었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개방과 통제가 반복되면서 제도적 불확실성이 지속되었다. 이로 인해 북한의 경제 변화는 점진적 발전 경로라기보다 단속적이고 불안정한 경로의존성을 보이게 되었다. 이 장은 이러한 비교 결과를 역사적 제도주의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두 국가 모두 외생적 충격이라는 결정적 분기점을 경험하였지만, 이후의 제도 변화는 단순히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 행위자의 선택, 정책 아이디어, 그리고 공식·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 속에서 반응적 연쇄 과정으로 전개되었다. 즉, 초기 충격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대응 과정이 장기적 경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연구는 비공식 제도가 제도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제시한다. 중국에서는 비공식 경제 활동이 공식 제도 개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 반면, 북한에서는 비공식 시장이 체제 유지 논리와 충돌하면서 완전한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비공식 제도가 항상 시장화나 자유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 장은 제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외생적 충격, 역사적 맥락, 정치 구조, 정책 아이디어, 그리고 공식·비공식 제도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동일한 초기 조건과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제도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 변화가 단순한 구조적 결정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누적되는 선택과 적응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은 사회주의 체제 전환 연구뿐 아니라 비교정치경제와 제도 변화 연구 전반에 중요한 이론적 함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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